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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escaped?

Episode. 16

By September 1, 2020July 5th, 2021No Comments

아티스파우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그 애가 무언가를 찾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내 손에 쥐어져 있는 것, 내가 가지면 안 되는 것,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 따뜻한 사랑을 주고받고 잊히지 않을 소중한 사람이 되는 것.

나는 그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당시에는 알아채지 못했던, 그 애의 표정에 깃든 감정은 우울보다 깊은 절박함이었다.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대화를 끝낸 뒤 나는 행성을 소매 안으로 감추고, 긴장한 채로 인사를 건네고선 그 아이로부터 멀어졌다. 나를 오래도록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 후로 다시는 그 애를 보지 못했다. 기차는 시간의 개념 따위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황홀과 축복 속에서 아득한 우주를 비행했다. 이따금 사람들이 기차를 오르내렸다.

새 행성에 발을 내디딜 때마다 창문 너머로 기쁨의 탄성이 들려왔다. 기대감이 점점 고조되었으나 의식 한 편에서는 그 애의 환영이 맴돌았다. 누군가의 행성을 훔쳤다는 죄의식이 밀려올 때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면서 조금만 더 꿈속에 머물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어쩌면 영겁의 시간이 흐른 뒤, 어느새 기차에서 내릴 시간이 되었다. 바깥에서 본 기차의 표면에는 그 어떤 글자도 적혀 있지 않았다. 다만 기차는 처음 봤을 때보다 더 눈부신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아티스파우스라고 불렀다.

행성은 내가 작은 구슬에서 보았던 그대로였다. 새로운 세계에서 나는 서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연보랏빛 햇살이 천장 사이로 비쳐들어왔다. 모두가 나를 알아보고 나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나는 아프지 않았다. 며칠 밤을 새워도 거뜬했고 갑자기 쓰러지는 일도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애지가 있었다. 우리는 예전처럼 서로에게 필요한 애정을 나눠 주었다. 애지는 내 팔에서 갸르릉거렸고 나는 애지의 콧등에 입을 맞췄다. 어느 날 초인종 소리도 없이 누군가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가방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놓았다. 그 뒷모습만으로도 그리움이 울컥 솟구쳤다. 나는 아이처럼 달려가 할머니의 등을 꼭 안아 주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나는 여전히 같은 장소에서 눈을 떴다.

어제도 오늘도, 행복이 계속되었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꿈이 아니라는 것을.

Atispaus

As soon as I heard those words, I felt that the girl was looking for something. Though I was holding onto this, which didn’t belong to me, it was the one thing that I wanted the most. I wanted to be loved. I wanted to be cherished. I wanted people to think of me.

It was all I ever wanted. I didn’t realize it before, but the expression embedded on the girl’s face earlier wasn’t depression. It was desperation. Awkwardness began to fill the air. After we talked, I hid the planet inside my sleeve, and we went our separate ways. It was uncomfortable, and I felt her watching me as I went my way.

I never saw her again after that. It was as if the concept of time didn’t apply to this train. With ecstasy and blessing, it took flight far into space. People would occasionally board on and off the train. Each time we stopped at a new planet, I could hear sounds of joy coming from outside the window. My expectations grew for my stop, but at the same time, my thoughts lured me into thinking about the girl’s illusion. Every time my guilty consciousness tugged at me for stealing someone else’s planet, I shook my head and prayed that I could keep dreaming for just a little while longer.

Just like that, after a day or two, or maybe even an eternity later, it was finally my time to get off the train. From the looks of it, there weren’t any words written on the outside of the train’s surface. Instead, it radiated a blinding light that was a lot brighter than before. People called it Atispaus.

 

The planet looked exactly like it did inside the little marble. “Seori” became my new name in this world. Every morning as I woke up, I felt the gentle breeze swaying in, and the lilac sunlight filled the room through the ceiling. Everyone recognized me and sang my songs. I never got sick or weary. Even if I stayed up for a couple of days, I was fine and couldn’t remember the last time that I had passed out.

Aeji was also here. We continued to share our affections, just like the way we used to. Aeji purred in my arms, and I kissed the tip of his nose. One day, a stranger walked in without ringing the doorbell, placed her bag on the table, and heated the coffee pot as if she lived here. My heart flooded with saudade as soon as I saw the back of this person. I ran like a child and wrapped my arms around Grandma, holding her tight.

A day passed, and then another. But every time I awoke, I was still here in the same place.

Yesterday, and even today, the happiness continued. And that’s when I realized…

This wasn’t a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