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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여기….. 어떻게 된 거야?”

세은의 눈앞에서 눈부신 빛이 터진 그때, 그들이 서 있던 14번 승강장과 철로는 사라지고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발 밑으로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푸른 타일 아래 물이 흐르고 있었다.

물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투명했고 유리가 반사되어 더 파랗게 보였다.

길 양쪽으로는 커다랗고 화려한 백합이 잔뜩 피어 있고 군데군데 하얗고 파란 나비가 날아다녔다.

어딘가에서 은은한 바람이 불어와 세은의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백합들이 살랑거리며 바람을 따라 움직일 때마다 풀 소리에 섞여 잔잔한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멀리 유리로 된 커다란 건물 속에는 화려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었다.

세은은 어딘가 이질감이 드는 그 사람들을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유리타일에서 한 걸음을 떼려던 그때, 하늘색 머리의 사람이 세은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정신이 팔린 세은은 그 사람이 빛이 터진 순간부터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너, 어떻게 들어온 거야?”

하늘색 머리 사람이 세은의 한 뼘 앞까지 다가왔을 때, 다시 눈 앞에서 빛이 퍽 소리를 내며 터졌다.

놀란 세은이 눈을 감았다 뜨자 유리와 물이 가득하던 풍경은 익숙한 서울역 14번 승강장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승강장에 서 있던 세은은 어느새 하늘색 머리와 같이 철로에 서 있었다.

“어떻게 따라 들어온 거냐니까?”

주변 풍경이 몇 차례나 바뀌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 있던 하늘색 머리의 사람이 세은에게 소리쳤다.

어안이 벙벙하던 세은은 그제서야 성을 내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눈에 제대로 들어왔다.

가까이서 보니 보라색이 섞인 하늘색 머리.

까만 터틀넥과 바지 위에 걸친 하얀 코트.

그리고 한 쪽은 황금색, 한쪽은 녹색 렌즈를 낀 눈에 코트보다 더 새하얀 얼굴.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길고 가는 체형과 목소리.

방금 본 풍경만큼 현실감 없는 사람의 모습에 세은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얼빠진 얼굴로 눈만 깜빡였다.

“이봐, 지구인. 어떻게 따라 들어온 거야?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좀 비켜 봐. 저기 올라가 있어.”

“에…?”

멍청한 얼굴로 더 멍청한 소리를 내던 세은은 얼떨결에 그가 시키는 대로 낑낑거리며 승강장 위로 몸을 올렸다.

하늘색 머리 사람은 또다시 철로 위에 작은 종이를 놓더니 몇 걸음을 뚜벅뚜벅 걸어갔다.

“왜 안 오는 거지?”

혼잣말을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던 그 사람은 이번에는 다른 쪽에 종이를 옮긴 후 반대 방향으로 몇 걸음을 걸어갔다.

“왜 안 오는 거냐구우우우우우우우!”

발을 동동 구르며 몇 번을 철로에서 왔다 갔다 하던 그가 세은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저요?”

사방을 둘러보던 세은이 손가락으로 스스로를 가리키며 되물었다.

“그래, 너! 너 말이야! 너 때문에 기차가 안 오잖아! 내 아티스파우스가 안 오고 있잖아! 너 트로파야?”

한창 열을 올리는 하늘색 사람을 보고 있던 세은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꿈인가?’

어색하게 웃어 보인 세은이 얼버무렸다.

“뭘 착각하신 것 같은데, 오늘 기차는 끝났어요.”

“아, 아닌데! 진짜 자꾸 왜 이러지?”

답답한 듯 하늘색 머리를 세차게 털던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어딘가로 향했다.

멀어지는 하늘색 머리를 보며 얼떨떨하게 서 있던 세은이 볼을 살짝 꼬집어 보았다.

꿈이 아니었다.

*

다시 오늘.

20분의 쉬는 시간 동안 세은은 멍하니 가게 창고에 앉아 커피에 꽂힌 빨대를 씹으며 어제 있었던 일을 복기해보고 있었다.

경찰은 세은에게서 이렇다 할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갔다.

사실, 그 긴 머리의 남자가 몹시 피로해 보였다는 것 말고 세은이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행동이나 말이 이상했다거나 평소와 달랐다거나 뭐 그런 거 없었어요?]

경찰의 질문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티켓을 받게 되었다는 말 같은 게 도움이 될 리가 없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그 말은 전하고 싶지 않았다.

세은은 자신이 퇴근하고 얼마 후 그 남자가 가게와 가까운 곳에서 살해되었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러고 보니 어제 이상한 사람을 한 명 더 만나긴 했지….’

세은이 한참 생각에 잠겨 있는데 예랑이 창고 문을 벌컥 열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세은을 불렀다.

“안세은! 쉬는 시간 끝났어. 빨리 나와.”

시계를 보니 쉬는 시간이 21분을 지나가고 있었다.

‘여예랑, 저건 어제 아프다고 뻥치고 알바도 째놓고, 콱!’

부글거리는 속을 다스리며 세은이 다시 주문대로 나왔을 때, 낯설고 익숙한 얼굴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세은, 안녕?”

5 Comments

  • Ira says:

    English version please 😪😪😪

  • Ira says:

    Hi! Seori!😊 Sorry to bother but there is no English version of this story? To be honest I really love to eead this story but I can’t read it🤭 I’m Filipino yhou😪 I can’t read korean and understand korean words😪 I hope you have English Version of this story😊 Thank you!

  • navi100400 says:

    새로운 아티스트의 정체가 궁금하다~~
    손에 땀을 쥐게하는 필력!!!

  • sj comeback says:

    누..누구??

  • DF says:

    안세은이 누구지..?? 새로운 아티스튼가?